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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멸 시대, 우리는 어디에 살고 있는가? – 청년 유출과 지역 격차의 현실

by flomori 2025. 7. 26.

나는 제주 출신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대학 진학을 하며 자연스럽게 '서울살이'가 시작됐다.

당시에는 누구나 그렇듯 '지방에서 서울로 가는 것'이 하나의 관문처럼 여겨졌고, 나 또한 그 흐름에 올라탄 셈이다.

그런데 어느 날, 뉴스에서 '지방소멸 위험 지역'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 안에는 내가 자란 동네, 친구들과 뛰놀던 운동장, 부모님이 여전히 사시는 그 마을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1. 지방이 사라진다 – 데이터로 보는 현실

행정안전부가 매년 발표하는 "소멸위험지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한민국 전체 229개 시군구 중 절반이 넘는 지역이 소멸위험 단계에 들어섰다고 한다. 소멸위험지수는 20~39세 여성 인구 대비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로 계산되는데, 이 수치가 0.5 미만이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 중에서도 전남 고흥, 경북 의성, 강원 인제처럼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 지역은 이미 소멸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은 여전히 인구가 몰리고 있다. 나처럼 대학을 서울로 온 지방 청년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지방은 점점 텅 비어가고 있는 셈이다.

2. 왜 청년들은 떠나는가?

“지방에도 일자리 많아, 왜 굳이 서울 가?”라고 말하는 어른들도 있지만, 정작 우리가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다르다.

내 친구 중 하나는 지방의 국립대를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취업을 준비했지만, 1년 넘게 ‘내 전공과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결국 그는 다시 수도권으로 향했고, 지금은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그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서울에선 최소한 기회는 많으니까.”

 

문제는 일자리 뿐만이 아니다. 문화 시설, 교통, 청년 정책의 접근성 등도 청년 유출의 큰 원인이다. 작은 도시에서는 늦은 시간에 문 여는 카페도 드물고, 영화관은 차로 한참 가야 한다. 청년 정책이 있다고 해도 정보를 찾기 어렵고, 참여 방법도 복잡한 경우가 많다.

3. 고향에 대한 애정과 현실의 괴리

사실 지방 청년들이 고향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애틋하다. 매번 명절마다 내려갈 때면 동네가 점점 조용해지는 게 눈에 띈다. 초등학교 후배 수는 줄고, 마을버스도 줄고, 편의점조차 문을 닫는다.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은 있지만, ‘돌아갈 수 없다’는 현실이 더 크게 다가온다.

 

청년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다. 결혼, 출산, 주거, 일자리 모든 게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가르며 존재하고, 결국 선택은 하나다. 남느냐, 떠나느냐. 그리고 대부분은 떠난다.

4. 지방 청년 정책, 왜 실효성이 떨어질까?

최근 몇 년 사이 ‘청년을 위한 귀향 지원 정책’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예컨대 경상북도의 '청년 U턴 지원사업', 전라남도의 '청년마을 프로젝트' 같은 것들이다. 겉으로 보면 꽤 인상적인 정책처럼 보이지만, 실제 이용률은 그리 높지 않다.

그 이유는 뭘까? 몇 가지가 있다.

  • 일자리의 질: 단기 공공일자리 위주로 구성돼 장기적인 커리어 설계가 어렵다.
  • 정착 지원 부족: 주거 지원이나 커뮤니티 형성이 어려워 '잠깐 있다 나가는' 구조가 된다.
  • 청년 의견 반영 부족: 정책 설계에 실제 지방 청년이 참여하지 않아 현실과 괴리된 경우가 많다.

결국 청년들이 원하는 건 ‘귀향 장려금’이 아니라,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다.

5. 지역이 사라지면, 무엇이 사라지는가?

지역이 소멸된다는 건 단순히 인구 수치의 문제가 아니다. 그 지역이 지닌 문화, 언어, 역사, 공동체의 감정이 함께 사라진다는 뜻이다. 나는 그것을 제주의 사투리, 해녀 문화, 마을 축제의 쇠퇴에서 느꼈다.

어릴 적 봄마다 열렸던 마을 체육대회는 더 이상 열리지 않는다. 어른들이 차려주시던 떡과 국수, 운동장 끝에 피어있던 노란 유채꽃의 냄새가 아직도 기억난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섰고, 사람도 적어졌다.

이런 기억들이 사라진다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지방이 사라지면, 한국 사회는 그만큼 다채로움을 잃게 될 것이다.

결론: 지방소멸을 막는 것은 결국 ‘사람’

지방을 살리는 건 대단한 정책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중요한 건 청년들이 ‘여기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환경이다.

그 첫걸음은 청년이 스스로 지역을 기획하고 만들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나다운 삶을 실현할 수 있다면. 우리는 떠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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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사교육, AI 튜터 시대의 교육 불평등과 변화된 학습 생태계를 조명합니다.

※ 본 글은 필자의 직접 경험과 지방 청년들의 현실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